축구협회 사유화 논란의 본질적 문제는 무엇인가

2024. 7. 16. 11:56스포츠로(Law)/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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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가 고정 기고하는 'NGO저널' 매체의 '장달영의 리걸마인드' 코너에 실린 칼럼(2024. 7. 16.자)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https://youtu.be/fCIhMd_Xfjc?si=fwt0qTQWZeo_IrAr

축구전문 한준 기자의 유튜브 채널에서 축구협회 논란에 대해서 필자가 전화인터뷰한 방송 영상

최근 축구계를 뜨겁게 달구는 것은 월드컵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 선임이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와중에 선수 내부 불협화음이 드러나 클린스만 감독이 해임되면서 시작된 논란의 연장선이다. 대한축구협회(축협)가 명망 있는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했지만, 후보자들과의 협상이 잘 안돼 결국 국내파 감독으로 선회했는데,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과 절차가 정상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홍명보 감독 자체를 신뢰하지 못해 대표팀 감독으로서 제격이 아니라는 의견에서부터 축협이 규정에서 정한 감독 추천 및 선임 절차를 어겼다는 것까지 여러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지성 선수 등 저명한 선수 출신 축구인이 축협을 비난하기까지 하고, 일각에서는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이 무효라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그러한 논란의 바닥에는 축협에 대한 일부 축구팬과 축구인의 부정적 인식이 있다. 

https://youtu.be/zoXTKQXkZ1c?si=ejYkdF4BjJr2ajsl

축협이라는 공조직이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고 정몽규 회장과 그 측근이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축협과 정몽규 회장에 대해서 축구팬과 축구인이 쏟아내는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그동안 축협 집행부가 행정 측면에서 보여준 여러 과오들은 그들이 주장이 허무맹랑이라고 보기 어렵게 한다. 축협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에서 문제가 있는 것만은 맞는다고 본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사람이 문제인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인가. 축협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정몽규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한다. 정몽규 회장 개인으로 인한 문제라면 정몽규 회장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회장을 교체하면 문제가 해소되겠지만, 필자는 정몽규 회장 개인적 측면과 협회 구조·운영의 제도적 측면의 문제가 뒤섞여 있다고 본다. 정몽규 회장 개인이 물러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민주화된 이후로 여러 분야에서 제도적·구조적 개혁 내지 개선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러한 시대적 개혁 흐름을 따르지 않거나 따라가지 못한 곳이 있는데, 바로 스포츠(체육) 분야다. 체육인 사회가 과거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구시대적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 원인으로서 크다. 체육단체의 재정적 자립 정도가 현저히 낮아 정부와 기업에 의지하는 점도 한 원인일 수 있다. 

체육단체가 선출한 단체 대표자인 ‘회장’이 갖는 지위와 권한이 정관 등 단체규정에서 정한 것보다 실제로는 훨씬 높고 견제를 받지 않는다. 거기서 회장과 측근의 독단적 운영이 똬리를 트는 것이다. 정관 등 단체규정에서 회장의 권한 행사를 견제하고 감시하라고 둔 이사회나 감사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거기에 기여한다.

축협을 들여다볼까. 이사회는 축협의 최고집행기관으로서 축협의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데, 축협의 대표자인 회장의 독단적이고 자의적인 축협 운영을 견제하려면 이사회 구성원의 회장에게서의 독립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부회장과 이사는 회장이 추천한 자 중에서 대의원총회가 선임한다. 대의원총회가 의결로 선임 권한을 회장에게 위임할 수도 있다. 회장이 공적 마인드를 갖지 않은 이상 자신의 직무집행을 견제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사람을 추천할 리 만무하다.

축협은 업무 영역에 관한 분과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는데, 자문기구에 불과하다. 위원장은 이사 중에서 회장이 지명하고 위원은 회장이 위촉한다. 축협 정관이 협회 최고 의결기관으로서 규정한 대의원총회도 근본이 모호하다. 구시대적 기구로 법적 근거도 모호한 대의원총회는 회원 모두로 구성되는 것도 아니고 시도협회 대표 각 1인, 전국연맹 대표 각 1인, 프로 1부 리그에 참가하는 팀 대표 각 1인으로 구성한다. 그들이 회원 대표성을 얼마나 갖는지도 의문이다. 또 그들은 회장 선거인단에 당연 포함되는데, 그 비중이 적지 않다.

체육 행정 선진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구조적 모습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과거에 그와 같은 문제가 있었으나, 체육계와 의회가 제도적 개혁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체육 단체장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걸 막았다. 우리 대통령의 권한이 무소불위라고 하는데, 대통령의 권한에 버금가는 권한을 지금 체육 단체장은 행사하고 있다. 

체육계가 자율적으로 구시대적 유물을 버리고 개혁에 나서지 못하면 국가법령으로 강제할 수도 있다. 체육의 자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진 않지만, 체육계가 스스로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어쩌겠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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